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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다식 "통"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침을 가진 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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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은 물론 여름이나 가을에도 많은 벌 종류가 창문 방충망에 붙어 집 안으로의 유입을 시도하기도 하고 실내로 들어와 비행을 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깜짝 놀라기도 하고 위협을 가하면 덤벼들어 침을 쏘기도 합니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침을 가진 벌들의 종류와 습성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건드리거나 위협하면 독침으로 방어하는 벌들

말벌상과 [Vespoidea] 말벌, 쌍살벌, 땅벌, 호리병벌, 개미벌, 대모벌
  • 말벌[Hornet] 몸길이는 20∼25㎜ 정도이며 몸 색깔은 흑갈색이며 황갈색과 적갈색의 무늬가 있습니다. 머리 부위는 황갈색이고, 정수리에는 흑갈색의 마름모꼴 무늬가 있습니다. 그룹에는 말벌, 장수말벌, 털보말벌, 등검은말벌, 땅벌, 쌍살벌아과, 호리병벌아과 등이 속하며, 장수말벌은 말벌 무리 중 가장 크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컷은 생식기능을 가진 여왕벌과 가지지 못한 일벌로 구분됩니다. 여왕벌은 수컷과 교미 후 산란하는 알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벌들은 한 세대가 지나면 집을 버리고 죽게 되지만 여왕벌은 혼자 남아 나무껍질 밑에 방을 만들고 월동을 합니다. 이듬해 다시 집을 짓고 알을 낳으며 새로운 개체군을 만듭니다. 산지의 집 처마 밑이나 나무, 바위 벼랑에 집을 만들고 번식을 합니다. 나무 목질부를 이용해 집을 짓고 살며 집 모양은 종에 따라 다르지만 내부는 층층 구조로 통풍이 잘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택지나 아파트 단지에 출현 횟수가 많아지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독으로 크게 주목받는 벌 중의 하나입니다. 7∼8월에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간혹 사람들은 말벌 침에 쏘여 죽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이 꿀벌을 공격하여 양봉 농가에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심지역으로의 말벌류 확산과 침입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합니다.
  • 쌍살벌[Paper wasp] 몸길이는 15~22mm 정도로 이름은 날아다닐 때 맨 뒷다리 2개를 축 늘어뜨리는데, 이 모양이 살 2개를 들고 다니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쌍살벌은 한국 특산종인 왕바다리, 제일 작은 쌍살벌은 어리별쌍살벌입니다. '바다리'는 쌍살벌을 부르는 순우리말입니다. 지붕 밑이나 처마 밑, 건물 기둥이나 벽에 둥지를 만듭니다. 말벌은 둥지를 딱딱한 외피로 공처럼 둥글게 덮기 때문에 보이지 않으나, 쌍살벌은 외피를 만들지 않고 벌집이 아래쪽을 향한 편형(종 모양)이라, 벌집 안의 알과 애벌레가 보입니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며, 나비와 나방 애벌레, 파리, 바퀴벌레 등 해충을 집중적으로 잡아먹어 주기에 익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쌍살벌 역시 말벌과의 일종이기 때문에 쏘이면 꿀벌보다는 통증이 심합니다. 침은 여러 번 쏘는 게 가능하며, 뉴스나 유튜브 등지에서 애꿎은 쌍살벌들만 말벌로 오인당해 학살당하곤 합니다.
  • 땅벌[Vespula flaviceps] 몸길이는 대략 15mm 정도이며, 방언으로 땡삐, 오빠시라고도 부릅니다. 검은색 몸에 황색 선이 있습니다. 주로 수액이나 과일을 먹지만 꿀벌 등 작은 곤충을 사냥하기도 합니다. 둥지를 건드릴 경우 무리를 지어서 한꺼번에 몇십 마리씩 달려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건드리지 않으면 사람을 쏘지 않으나, 땅속에 집을 짓기 때문에 벌집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 호리병벌[Oreumenes decoratus] 흙을 이용해 호리병 형태의 집을 지어둔 다음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를 사냥해 마취해서 집어넣고 거기에 알을 낳고 밀봉하고 떠납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신선한 애벌레를 먹고 자라 번데기로 변태하여 성충이 되면 집을 뚫고 나옵니다. 밀봉한 집에서 애벌레가 살아남는 것은 공기가 흙벽을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마취된 나비나 나방 애벌레는 호리병벌의 유충이 전부 먹을 때까지 죽지 않고 신선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침 한방으로 몇 날 며칠 지속되는 정교한 마취기술은 인간도 사실상 따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벌이기 때문에 손으로 잡으면 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의 위력이 약해서 사람에게 큰 피해는 없습니다.
  • 개미벌[Velvet Ant Bee] 네모난 머리, 기다란 가슴 등판, 잘록한 허리, 호리병 모양의 체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곤충은 날개가 4장인데 반해 암컷은 날개가 없으며, 수컷은 날개가 있습니다. 독침은 암컷만 가지고 있으며 뒤영벌류 둥지에 기생을 합니다. 다른 벌들의 애벌레나 번데기가 들어있는 땅굴을 찾아 독침을 애벌레나 번데기에 마취를 시키고 산란관을 꽂아 알을 낳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구주개미벌, 등줄개미벌, 쌍니개미벌, 쌍혹개미벌, 오목개미벌 등 7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 대모벌[Spider wasp] 대모벌과의 곤충으로 크기는 1cm에서 2.5cm 정도의 크기이며, 7cm 정도로 커지는 종류도 있으나 해당 종은 국내에는 서식하지 않습니다. 의외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벌입니다. 특이한 것은 거미를 숙주로 하며, 거미 사냥이 끝나면 거미를 물고 질질 끌면서 파 놓은 장소로 이동한 다음 거미를 묻고 알을 낳습니다. 이후에 거미를 묻은 구덩이를 막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주변을 싹 정리합니다. 이후 알에서 깬 애벌레는 거미를 먹고 자라 성충이 됩니다. 그런데 가끔 이 특성을 역이용하여 유충에 알을 낳는 기생파리가 존재합니다. 대모벌이 먹잇감을 물어오고 알을 낳을 때 잽싸게 자기 알을 낳고 도망칩니다. 그러면 먼저 깨어난 구더기가 먹잇감은 물론 대모벌의 알까지 먹고 자라게 됩니다. 늑대벌(거미잡이대모벌), 왕무늬대모벌, 홍허리대모벌, 별대모벌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잎벌상과[Tenthredionidea] 곤충의 아목으로 식물의 잎이나 나무의 속을 갉아먹는 원시적인 벌입니다. 대부분의 잎벌들은 식물의 잎에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는 잎을 갉아먹으면서 자랍니다. 이를테면 겊은잎벌의 애벌레는 원시 식물인 쇠뜨기의 잎을 갉아먹습니다. 등에 잎벌과에서 다섯 번째로 큰 분류 군이며 전 세계 40종이 기록되어 있다, 천적으로는 알에 기생하는 기생벌인 알좀벌등이 있습니다. '잎벌, 등에잎벌, 수중다리잎벌, 솔잎벌, 고사리줄리잎벌, 히코리잎벌' 등이 있습니다.

 

꿀벌상과[Apoidea] 는쟁이벌과, 구멍벌과, 은주둥이벌과, 꿀벌류
  • 꿀벌[Bee] 보통은 여왕벌만이 알을 낳습니다. 여왕벌은 자신의 몸속에 정자를 보존하는 능력이 있으며, 정자와 알을 수정한 유정란과 수정하지 않은 무정란을 선택해 낳을 수 있습니다. 약 3일이 지나면 부화하는데 유정란은 모두 암컷으로 태어나고 무정란은 모두 수컷으로 태어납니다. 즉, 모든 수벌은 염색체를 한 벌만 가지고 있습니다. 암벌과 수벌의 산란실은 분리되어 있으며, 여왕벌을 낳을 때에는 별도로 왕대(Queen's cell)를 여러 개 만들어 그 안에 알을 낳습니다. 보통 사람은 공격하지 않으나 위협을 가할 시, 보초병들에게 쏘일 수 있습니다. 여왕벌이 결혼비행을 할 때 일벌 한 무리가 여왕벌을 경호하며 함께 날아다닙니다. 가을이 다가오면 여왕벌들은 겨울을 날 일벌들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여름 내 모아둔 꿀들을 먹으면서 서로의 체온으로 겨울을 나는데 영하로 내려가는데도 벌통 안의 기온은 그다지 춥지 않다고 합니다. 꿀벌은 천적에게 집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죽을 때가 임박하면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떨어지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여왕벌의 자연에서의 기대 수명은 7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꿀벌과에는 '꿀벌, 뒤영벌(호박벌), 뾰족벌, 난초벌, 흰줄벌' 등이 있습니다.
  • 구멍벌[Hole bee] 새끼를 낳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다른 벌레를 마취시킨 뒤 땅속에 묻고 그 몸에 알을 낳아 애벌레가 먹고 자라게 하는 방식입니다. 주요 대상은 나방이나 나비의 애벌레이며, 죽이고 그 시체를 먹게 하는 게 아니라 마취시켜서 생매장시킨 뒤 산 채로 먹히면서 신선도를 유지합니다. 정작 성충은 꿀이나 꽃가루를 먹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 특성을 역이용하여 유충에 알을 낳는 기생파리가 존재합니다. 나나니벌이 먹잇감을 물어오고 알을 낳을 때 잽싸게 자기 알을 낳고 도망갑니다. 그러면 먼저 깨어난 구더기가 먹잇감은 물론 나나니벌의 알까지 먹고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벌상과[Chrysidoidea] 대부분의 종이 기생벌 또는 노동 기생벌입니다. 구조 색으로 만들어진 찬란한 녹색 또는 적색의 금속성 광택을 띱니다. 전 세계의 건조한 초원 또는 사막 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한국에는 45종 이상이 있습니다. '뻐꾸기벌(Cuckoo wasp)'로 불리기도 합니다. 꽃이 핀 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왕청벌은 청벌 중에서 가장 큰 녀석으로서 몸길이가 20mm에 달합니다. 말벌과에 속한 호리병벌이나 감탕벌 종류의 집에 알을 낳습니다. 반짝이는 금속성 광택이 눈에 띄며 손으로 잡으면 간혹가다 침을 쏘기는 하지만 꿀벌이나 말벌과는 달리 별다른 느낌이 없습니다. 기생 방식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절취기생(Kleptoparasite)인데 숙주의 둥지에 침입하여 알과 애벌레를 잡아먹고 세대를 이어가는 방식이며, 두 번째는 앞 번데기(prepupa) 때 알을 낳는 방식입니다. 한자로는 '전용'이라 하며 번데기가 되기 전의 상태를 말합니다. 먹이활동을 하지 않으며 꼼짝 않고 번데기가 될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무방비 상태이므로 알을 낳기가 수월하며 꽃과 꿀을 모아놓는 숙주에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사치청벌 애벌레는 꽃가루를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화한 청벌 애벌레는 기주의 체액을 빨아먹으며 자라납니다. '청벌, 물벌, 베틸루스, 집게벌' 등이 있습니다.

 

집 주변에는 닮은 듯하지만 다른 종류의 생물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잔인한 방법들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남의 집을 빌려 더부살이도 하고 다른 곤충의 알이나 애벌레를 숙주로 삼아 기생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 종이든 천적이 존재하는 것도 자연이 정해 놓은 하나의 법칙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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